잘 걷고 싶고
잘 걷게 치료하고 싶으세요?
재활병원에서 근무하는
환자와 물리치료사 모두의 희망입니다.
#1. 걷기(Walking)? 보행(Gait)?
재활병원에는 참 다양한 환자들이 입원하고 퇴원합니다.
9년째 중추신경계 환자분들을 만나봤지만 정말 다양합니다.
특히, 걷기와 비슷한 것을 원하는 환자분들이 유독 많았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아니, 지금도 그렇습니다.
이렇게 찾아오신 분들은
보통 2가지 유형으로 인터뷰가 진행됩니다.
1. 혼자서 잘 걷고 싶어요.
2. 걷기는 걷는데 예쁘게 걷고 싶어요(예: 발이 안 끌리게 걷고 싶어요)
1번의 경우는 걷기 자체에 어려움이 있는 분일 테고,
2번의 경우는 스스로 걷기도 되고 어디를 다닐 수 있는 수준은 되지만 뭔가 가려운 부분이 있기에
이야기하는 분일 것 같습니다.
내가 임상에 나온지 얼마 안됐을 때는 다음과 같이 치료를 진행했습니다.
★1번의 환자를 만났을 때.
1.환자를 눕힌다.
2.ROM운동을 한다.
3.PNF 하지 패턴을 열심히 반복한다.
4.앉고 일어서기를 한다.
★2번의 환자를 만났을 때.
1.걷는 모습을 관찰한다.
2.환자를 눕히고 “브릿지 운동”을 한다.
3. PNF 하지 패턴을 열심히 반복한다.
4. 바로 일으켜 세워서 걷는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분명 이유가 있었을 텐데 명확히 떠오르지 않으니 몰라서 그랬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나와 같은 치료사들이 꽤 있지 않았을까 스스로 위로와 타협을 잠깐 해봅니다.
아마 걷기와 보행이라는 두 가지 단어를 구분 짓지 않아서 그랬나 싶습니다.
보행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용어에 대한 분리가 필요합니다.
특히 최대의 움직임과 기능적 능력을 관리하는 물리치료사라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임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Walking은
‘다리가 달린 동물이나 독립체가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것’을 뜻한다.
Gait는 다음과 같이 설명됩니다.
‘A manner of walking’
즉, ‘다리가 달린 동물이나 독립체가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방식이나 태도(모양새)’를
Gait라고 한다.
Walking의 방식이나 모양새를 분석 하는것이 Gait analysis인 것이다.
이렇게 용어를 정리 했을 때, 1번 환자와 2번 환자의 접근 자체는 꽤나 달라지게 됩니다.
1번 환자를 만났을때는 Walking이라는 거시적인 틀 안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이고
2번 환자를 만났을때는 Gait라는 보다 세밀한 관점에서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2. Walking을 원한다?
우리는 걷기(Walking) 그 자체를 원하는 환자분들을 꽤 자주 만나뵙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생각이 드는 건 ‘이 환자분이 독립적으로 걸을 수 있는 능력이 있을까?’ 라는 부분입니다.
여기에서 일단 턱 하고 막히게 됩니다.
거기에 더해서 보호자가 ‘우리 아버님 걸을 수는 있을까요?’라고 질문을 하게 되면 숨이 두 번째로 턱 하고 막히게 됩니다.
이런 난감한 상황에서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 모르는 치료사는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열심히 하면 걸을 수 있습니다!”
나는 아주 그냥 공수표를 열심히 던져댔습니다.
요즘은 인터넷이 많이 발달해서 내 환자가 독립적으로 걸을 수 있을까 없을까? 라는 질문에
어느정도 대답이 가능합니다.
가령 어느 연구 기관에서는
‘뇌졸중 발병 후 72시간 이내에 독립적으로 앉을 수 있는 능력과 하지의 수의적인 움직임이 나타난 생존자들은 6개월 후 90% 이상의 환자들이 독립적인 보행이 가능할 것이다’
라고 이야기 한다
(Early Prediction of functional Outcome after Stroke. EPOS)
위에 언급한 내용처럼 과연 내 환자가
독립적인 Walking을 수행할 수 있는가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하고, 더욱 중요한 것은 Patient’s wish를 구체화 시키는 것입니다.
공부를 잘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지 않는가?
공부를 해서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목표듯이
걸어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더욱 포커싱을 하는 것도 중요할 것입니다.
마트까지 혼자 이동하고 싶다고 하는 환자분이 있을 수 있고,
화장실까지 만이라도 혼자 왔다 갔다 하고 싶다는 환자분이 있을 수도 있고.
실제로 어떤 환자분은 집에서 1.5km 떨어진 교회를 왔다 갔다 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또 어떤 환자분은 횡단보도만 건너면 참 좋을 텐데 항상 2초가 늦는다고 하신 적이 있습니다.
내가 마주하는 환자분들 마다 처해 있는 상황 그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개개인에 맞추어진 합의된 목표를 설정 하는데 더욱 유리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Walking을 원하는 환자분이 있다. 그러면 무엇을 해야겠는가?
지금의 나라면 이렇게 할 것 같습니다.
현재 환자분이 걷기를 통해서 무엇을 성취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질문을 집요하게 할 것이고
실제로 그 행위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잠재력을 파악할 것입니다.
2-1. 환자가 원하는 목표(Goal)가 너무 높으면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이고,
그것이 바로 합의된 목표(Agreed Goal)가 되는 것입니니다.
합의된 목표까지 ‘충분히 도달이 가능하다’ 라고 판단이 들면 걷기에 필요한 모든 방법을 총동원할 것입니다.
3-1. 발목-발 보조기 착용?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착용 시킨다’에 여러표 던질 것입니다.
(보조기가 좋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은 다시 1편으로 돌아가서 Walking과 Gait의 차이부터 다시 보고 오는 것을 추천합니다)
4. 다른 특별한 테크닉 그런것들은 잠시 내려놓고 무조건 Walking을 시킬 것입니다.
환자분이 두려워하지만 않는다면.
모든 환자가 열심히 치료해서
아프기 전처럼 잘 걸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재활치료의 God이 와도
어느분은 다시는 못 걸을 수 있고,
어느분은 예쁘게 못 걸을 수 있을겁니다.
보행을 통해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통찰이 먼저 이루워져야 할 것입니다.
